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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판석 감독의 신작 드라마 ‘졸업’은 대치동 학원가를 배경으로 한 로맨스물이지만, 그 속에는 계급적 욕망과 경쟁의 이데올로기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정려원과 위하준이 주연을 맡았으며, 김종태, 소주연, 서정연 등이 조연으로 출연합니다. 이 드라마는 대치동에서 벌어지는 강사들의 일과 사랑을 그리면서, 사교육의 현실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입시학원 강사는 아니었지만, 나도 한때 학원 강사로 10년쯤 일했던 경험이 있어 그랬는지 많은 공감이 갔던 드라마였습니다.

    1. 사교육의 현실과 경쟁의 이데올로기

    드라마 ‘졸업’은 대치동 학원가를 배경으로, 학원 강사와 학생들 간의 복잡한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이준호(위하준)는 고1 첫 모의고사에서 8등급을 받았지만, 과외교사 서혜진(정려원)을 만나 성적이 급상승해 고려대학교에 입학하게 됩니다. 그의 입시 성공담은 대치동에서 입소문을 타며 유명해졌습니다. 하지만 이준호는 대기업 정규직을 그만두고 학원 강사를 하겠다고 결심하며, 부모와 갈등을 겪게 됩니다. 이러한 이준호의 직업관은 현대 사회의 신자유주의적 직업관을 반영하며, 안정된 일자리보다 높은 수입을 좇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준호의 결심은 단순한 개인의 선택이 아닌, 현대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반영합니다. 대치동에서 학원 강사가 되겠다는 그의 결정은 대기업 정규직이라는 안정된 직업보다 더 높은 수익을 좇는 MZ 세대의 새로운 직업관을 나타냅니다. 이는 공무원, 교사 등의 안정된 직업이 선호되던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현대 사회의 가치관 변화를 잘 보여줍니다.

    2. 공교육과 사교육의 갈등

    서혜진은 내신 성적 올리기의 귀재로, 학교별 출제 경향을 파악해 예상문제를 뽑고 문제 풀이 훈련을 시킵니다. 그러나 새로 부임한 교사 표상섭(김송일)과의 갈등을 통해 공교육과 사교육의 복잡한 관계가 드러납니다. 서혜진과 표상섭은 서로를 ‘기생충’과 ‘앵벌이’라 부르며 격돌하는데, 이는 공교육이 사교육의 영향력에 밀려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표상섭은 교과서 내 출제와 서술형 문항을 늘려 사교육의 영향을 줄이려 하지만, 동료 교사들의 반발에 부딪힙니다.

    이 갈등은 단순히 개인 간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 제도의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냅니다. 표상섭은 공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사교육의 영향력을 줄이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사교육이 학생들의 성적 향상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는 공교육이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교육의 질과 사교육의 실질적인 효과 사이의 괴리를 보여줍니다.

    3. 학원 강사의 자부심과 갈등

    공교육 교사였던 최형선(서정연)은 ‘최선국어’ 원장으로 성공했지만, 여전히 자신이 교사였던 시절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서혜진은 자신을 스승으로 생각하지 않으며, 단지 학생들의 성적을 올리는 데 집중합니다. 이준호에게 학원 강사 수입이 대기업 임원보다 많다고 자랑했지만, 그가 학원 강사를 하겠다고 하자 말립니다. 서혜진에게 학원 강사는 ‘좋아하지만 남에게 권하고 싶지 않은’ 직업입니다. 하지만 이준호에게 서혜진은 진정한 스승이자, 그 이상의 존재였습니다.

    서혜진의 자부심과 갈등은 현대 사회에서 사교육이 가지는 복합적인 역할을 보여줍니다. 학원 강사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동시에 교육자로서의 자부심과 사회적 인정을 얻기 어렵습니다. 이는 서혜진이 이준호를 말리는 이유이며, 동시에 이준호가 서혜진을 진정한 스승으로 존경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4. 배움의 과정과 신실함

    드라마는 사교육의 현실 속에서도 신실한 가르침과 인간다운 교류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서혜진과 이준호가 동료 강사로 공동 강의를 하며, 서혜진은 다시금 초심을 되찾습니다. 학생 한 명을 대상으로 무료 강의를 시작하며, 이시우(차강윤)에게 작품을 즐기고 음미하는 법을 가르치는 모습은 교육의 본질을 상기시킵니다. 서혜진은 최형선 원장에게 파격적인 제안을 받지만, ‘무료 강의를 하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며 거절합니다. 이준호 역시 첫 제자인 이시우에게 의대가 아닌 다른 진로를 찾아주겠다고 결심합니다.

    이 장면은 교육의 본질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합니다. 입시 성공만을 목표로 하는 학원 교육에서도, 학생과 교사 간의 진정한 교류와 가르침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는 서혜진과 이준호의 관계를 통해 잘 드러나며, 이러한 교류는 단순한 입시를 넘어선 인간적인 성장을 가져옵니다.

    5. 입시학원의 이중성

    아무리 입시 공부라 해도, 문학 작품을 다루는 과정에서는 ‘인간답게 사는 것’에 가까운 무언가가 담겨 있습니다. 입시학원이라 해도, 신실하게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에서는 인간다운 교류가 일어납니다. 드라마는 입시학원이 단순한 경쟁의 장이 아니라, 진정한 배움과 성장의 공간임을 설득력 있게 그려냅니다. 이를 통해 여선생과 남제자 사이의 로맨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며, 이준호와 서혜진의 관계는 흔한 이성애적 역할극을 넘어서는 감정으로 그려집니다.

    이준호는 서혜진을 인간으로 존경하고, 그에게서 내가 아는 세계를 배웠으며, 그와 한 세계를 공유한다고 느낍니다. 이러한 관계는 단순한 스승과 제자 관계를 넘어, 서로의 성장과 발전을 돕는 진정한 인간관계로 발전합니다. 이는 드라마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 중 하나로, 입시학원에서도 진정한 가르침과 배움이 가능함을 보여줍니다.

     

    결론

    드라마 ‘졸업’은 대치동 학원가를 배경으로 사교육의 현실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인간 군상을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경쟁과 성공을 향한 욕망 속에서도 진정한 배움과 신실한 교류가 가능함을 보여줍니다. 이준호와 서혜진의 이야기는 입시학원의 이중성을 넘어서는 인간다운 가르침과 성장을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메시지는 현대 사회에서 교육의 본질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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