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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더유어베드

    집착과 구원 사이, 아슬아슬한 줄타기

    한국 영화계가 또 한 번 대담한 시도를 선보였다. 일본 영화를 리메이크한 로맨스 스릴러 <언더 유어 베드>가 그 주인공이다. 이 작품은 2019년 제작된 아사토 마리 감독의 동명 일본 영화를 원작으로 하여, 한국적 정서와 감성으로 재해석되었다. 이지훈, 이윤우 주연의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사랑의 본질과 집착의 경계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언더 유어 베드>는 제목에서부터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당신의 침대 아래'라는 의미를 지닌 이 제목은 은밀함과 위험, 그리고 금기를 동시에 암시하며 영화의 분위기를 예고한다. 스무 살 시절의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서른 살 남자 지훈(이지훈 분)의 이야기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사랑과 집착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관객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영화는 우연한 재회로 시작된다. 외롭게 살아가던 지훈은 엘리베이터에서 익숙한 향수 냄새를 맡고 놀란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그의 첫사랑 예은(이윤우 분)이었다. 예은은 지훈을 기억조차 하지 못하지만, 지훈에게는 이 만남이 삶의 전환점이 된다. 무의미하게 느껴졌던 삶에 갑자기 활기가 돌기 시작한 것이다.

    지훈의 행동은 점점 더 극단적으로 변해간다. 그는 예은이 사는 교외 마을로 이사를 가고 수족관 가게를 연다. 낮에는 가게를 운영하고, 밤에는 CCTV를 통해 예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심지어 그녀의 집에 들어가 침대 밑에 숨어 그녀를 지켜보기까지 한다. 이 지점에서 관객들은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과연 이것이 사랑일까, 아니면 위험한 집착일까?

    그러나 영화는 예상을 뒤엎는 전개로 관객들을 혼란에 빠뜨린다. 지훈의 감시를 통해 우리는 예은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정신과 전문의와 결혼한 예은은 남편 형오(신수항 분)의 폭력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작은 행동에도 화를 내며 주먹을 휘두르는 남편, 가학적인 성관계, 그리고 이에 대해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하는 예은의 모습은 지훈뿐만 아니라 관객들의 마음도 아프게 한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과연 지훈의 행동이 정당화될 수 있을까? 그의 집착이 예은을 구원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저 또 다른 형태의 폭력일 뿐일까? 영화는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관객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연출면에서 이 영화는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조성한다. 좁은 공간을 활용한 카메라워크는 관객들로 하여금 마치 자신도 누군가를 엿보고 있는 듯한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특히 지훈이 예은의 침대 밑에 숨어있는 장면들은 숨 막히는 긴장감을 자아낸다.

     

    이지훈과 이윤우의 연기 또한 돋보인다. 이지훈은 첫사랑에 대한 순수한 그리움과 위험한 집착 사이를 오가는 지훈의 복잡한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해낸다. 이윤우는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가는 예은의 내면의 고통을 잘 표현해낸다.

     

    그러나 이 영화가 완벽하다고만은 할 수 없다. 후반부로 갈수록 전개가 다소 급작스러워지며, 일부 관객들에게는 결말이 다소 허무하게 느껴질 수 있다. 또한, 지훈의 행동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에 대한 윤리적 딜레마는 관객들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더 유어 베드>는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은 작품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일본 원작을 한국적 정서로 재해석하면서도, 사랑과 집착, 구원과 폭력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며 관객들에게 깊은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보는 문화'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SNS를 통해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이 일상이 된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어디까지를 허용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어떤 욕망과 집착에 사로잡히게 되는 걸까? <언더 유어 베드>는 이런 질문들을 던지며, 관객들로 하여금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게 만든다.

     

    결론적으로, <언더 유어 베드>는 단순한 로맨스 스릴러를 넘어 현대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들여다보는 거울과 같은 작품이다. 사랑과 집착, 구원과 폭력이라는 주제를 통해 우리 사회의 모습을 날카롭게 비춰내며, 관객들에게 깊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비록 불편한 감정을 느낄 수 있지만, 그 불편함 속에서 우리는 자신과 사회를 돌아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언더 유어 베드>는 영화가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머릿속에 맴돌며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져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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